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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덜더덜/from_mine

입버릇마냥

heyZzin 2016. 1. 19. 01:25

외국에 갈 거라고 말했다. 여행이나 관광 말고,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 거기서 돈을 벌고 그냥 생활을 해보고 싶다고도 했던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1년만 하기에는 이력서에 쓰기가 좀 그러니까 2년은 하고 간두겠다고 했다. 그러다가 인권감수성이 바닥을 치는 분위기를 못 참고 ​씨발, 내가 1년만 버틴다 하기도 했다. 내가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그저 씨부리기만 했기 때문일까, 내 지껄임을 들은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안 된다고만 했다. 결정적으로, "여자는 나이가 스펙인 거 알제."라고까지.

'나이'에 대한 것이라면 사실, 고민을 끝낸 지 좀 되었다. 결론이랍시고 내린 것은, "나는 아직 어리다."이다. 나는 4년제 대학을 휴학 없이 졸업했고 그렇게 스물넷을 직장 생활로 보냈고 이제 스물다섯이다. 이십오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는 차치하도록 하자. 나는 아직 어리다.

학원에서 책을 들여다보다 왈칵, 짜증을 부릴 뻔 했다. 입술이 건조한데 립밤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도 눈앞에 지문 같은 게 잔뜩 붙어 있는데 안경을 닦을 천 쪼가리가 없다는 것도, 하필 오늘 입은 옷은 니트 티였다는 것도 다. 왜 이렇게 내 맘 같지 않나 싶었다. 게다가 이따금씩 찾아오는 그 뻑적지근한 느낌 말이다. 손가락과 팔뚝, 어깨와 목은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잘 붙어 있었다. 여느 때가 그렇듯이.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 것이 아닌 것을 욱여넣은 것처럼 불편해서 죽을 것 같았다.

나이에 대한 고민은 다 털었다고 말했던 주제에 스물다섯이라니, 곱씹고는 죽고 싶었다.

엄마는 서른에 결혼했다. 그 당시에 여자가 서른에 결혼을 한 것은 꽤 늦은 축에 속했, 아니 그냥 결혼을 늦게 한 것이었다. 그러고보면 그랬다. 아빠 친구들 모임에 따라가면 다들 연배는 비슷하거나 같았는데 그 자식들의 나이를 따지면 내가 한참 어렸다. 그런 느낌이었다.
엄마는 내가 크는 내내 말했다. 입버릇에 가까운 것이라 여겨졌다. "너는/혜진이는, 아니 우리 애들은 다 스물여덟에 가라."
친척 누구 결혼식에 하객으로 앉을 때마다 내 나이를 카운팅했고 나는 점점 착잡함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스물둘, 사촌오빠의 결혼식에 다녀오고부터 더욱, 그리 되었고 지금은 그저 죽고 싶을 따름이다.

내 결혼에 대해 당신이 가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도 그러하고 아니 그 전에 내 거취를 내가 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 그것 때문에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눈앞은 여전히 흐리고 입술은 바싹 말라오고, 모가지를 뽑아서 주물럭거리고 싶다는 욕구를 못 이겨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죽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살고자 하는 의지는 어디서도 기인하지 않았다.

자자. 죽고 싶다는 말이 입에 붙지 않도록 노오력을 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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