珍的目光
"부디 안녕하소서." 본문
를 계속 웅얼거렸다. 잇따르듯 전해지는 타계 소식과 외국인 아이돌에게 가해진 부담과 상처. 그리고 아직 부족한 내 충동.
그중 마지막, 내 충동에 대한 것만 조금 쓰자. 이제는 존재 여부, 그러니까 지금 '존재하'느냐- 말고, 심심하면 부르짖는 네 이름과 네가 이 세상에 원래 있기는 했는지에 대한 의심마저 솟았다 사그라든다. 나는 언제부턴가 네 이름을 부르며 울지도 않고 너를 그리지도 않고 그냥 '잘 지내고' 있다. 보장되지 못한 안녕에 대한 불안을 빼면.
보장되지, 보장받지 못하는 안녕. 나는 그저 안녕을 빌 뿐이다. 안녕을 위해 싸우거나 할 엄두도 못 내고 그저, 그저 그럴 수 밖에 없다 여길 뿐이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만 접어 두려고 했는데 서러움을 못 이기고 죽고 싶다. 그렇지만 그저 마음만 그렇다. 마음 속으로는 몇 번도 더 죽었고 더 죽였다. 삼류 로맨스물에 그리 나오듯, 네 부재를 못 견디고 죽거나 했다. 가족들로부터 받은 압박을 토해 내다가 네 이름을 토해 내며 울고 그렇게 울음을 그치기 전까지 죽는 나를 상상하며 울었다.
죽고 싶다고 아주 잠깐만 생각했다. 왜 아주 잠깐 동안만 생각했냐면 살고 싶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살고자 하는 의지는 곧, 18일에 받을 택배 꾸러미로부터 기인했다. 섬유탈취제를 사려다가 좀 괜찮은 딜을 발견했다. 니치 향수 저렴이라는데 꽤 그럴듯하게 보여서 언젠가는 사겠지 싶었는데 글쎄, 15일 금요일까지 판매한단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향의 범주 내에서 고르려다가 그냥, 전혀 다른 향의 것으로 하나 주문했다. 블랙베리의 달콤함이 우디로 전이된다는데 그게 너무 궁금해서 그만.
나는 끊임없이 상처를 받고 상처에서는 진물이 난다. 나와는 별개의 개체일 뿐이라 되뇌는 주제에 또, 주입받은 애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결단력도 부족하고 그러려는 의지도 통 보이지 않고, 뭐 그렇다. 내가 부릴 수 있는 충동은 아직은, '충동구매' 뿐인 것 같다.
내내 어엿부소서, 라는 그 시구보다는 누구의 안녕일지 모를 것을 비는 말이 더 필요하다. 또, 내뱉을 자신은 없어 끼적대기만 한다.
일기장을 이불 속에까지 갖고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했느냐면 지금 상황으로는 ㅇㅇ
또 아주 잠깐, 언젠가 '작은 아씨들'에서 읽었던 것처럼, 머리맡이나 베갯잇 아래 두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런데 그러면 배기는 그 느낌이 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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