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珍的目光

2월 27일 토요일 현재 시각 11:52 PM 본문

더덜더덜/from_mine

2월 27일 토요일 현재 시각 11:52 PM

heyZzin 2016. 2. 28. 01:01



​저녁도 잘 먹었고 늘 그렇듯이 방에 틀어박혀 혼자 잘 놀고 있었다. 다들 제 할 일을 하는데 왜 내게만 무어라 하는지 모르겠다 투덜대다 울었다. 투덜대다 보니 나에게 가해진 모든 것은 정당한 행위가 되었다. 그저 내가 쓰레기일 뿐이었다. 일을 '때려치(우)'고 싶다 말하지만 그럴 용기도 없고, 또 말이다. 계속해서 자기혐오에 빠져들었다.
이미 지나버린 '현재 시각'은 울음을 그치고 펜을 들어 글씨를 썼을 때의 시각이다.

그치만 꿈을 꾼 게 나쁜 건 아니잖아. 나는 정말로 박물관에서 일을 하고 싶었고 내 잉여 시간을 투자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 아니네. '그렇게 하면 될 줄 알았다'라는 것은, 결국 '그렇게 해도 안 되는 것을 몰랐다'가 되고 이는 즉 '몰랐다'가 되고, 아 그래 나는 몰랐다. 몰랐던 것이다. 결국 무지의 소치를 절절하게 깨닫고야 말았다. 물론 모르는 건 나쁜 게 아니다. 몰랐기 때문에 저지른 잘못이 잘못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간에 모르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사람들도 그렇게 말하잖아, "모르는 건 나쁜 게 아니야.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게 나쁜 거지."라고. 그런데 그렇다면, 그러니까 세상 일반에 따르면 나는 나빴다. 잉여 시간을 투자해도 나는 박물관에서 일할 수 없다는 것을 빨리 알아차렸다. 왜냐하면 선생님들이 계속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러니까 그런 거였다. 나를 이 길로 인도해줄 건 아니지만 일손이 달리니까 나를 쓴다, 뭐 이런.
알고는 있었지만 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실무를 익히고 하다 보면 언젠가는 학예사로 일할 수 있으리라." 혹은 "이러다 눈에 들면 기관 어디 내정자로 찍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고 또 하루를 보낸 게 다였다. 알면서도 현실에 안주하기를 바랐다. 실무를 익히고 또 그들을 위해 일할 때에는 내가 정말, 전문가가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낱 착각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을 알고만 있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공상을 끊지 못하더라도 나는 사실 지방 4년제 사립 대학교 학생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만 있다면 말이다.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나는, 아무것도 못 됐다. 밖에 나가서 말할 때는 퍽 자조적으로 웃으면서 "내가 대학원 갈 것도 아니고, 그럴 생각은 처음부터 않았고..." 하면서 허세를 부리는 게 전부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대학원에나 갈 것처럼 말하기도 하고.

쓰다보니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 울음이 터지면서 눈물이 줄줄 흘렀는데 왜 그렇게까지 되었는지 모르겠다. 덕분에 안구가 건조하지는 않지만 눈가가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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