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珍的目光
1. 옛날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인형뽑기가 유행이라는데 왜 길거리에 뽑기 박스가 없지 했더니 점포에 기계를 잔뜩 들이면 되는 것이었다. 뽑기 박스가 야기한 사각지대 같은 소리를 하고 싶었는데 잘 모르겠다. 어쨌든 흑백이 좀더 정돈된 느낌이다. 2. Please choose a correct word. 영어 배워야겠다. 3. 건물 안팎 상황이 섞이는 것을 좋아한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카페의 공간이 커져만 간다는 식의 그런 것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잘 모르겠다. 보호자의 관심 밖으로 피보호자가 밀려났(다고 생각했)고 마침 승용차가 지나갔다. 피보호자는 별개의 상황에 흡수되어, 보호자와 유리되었다. 차 문을 열고 있는 아이와 건물 안에서 인형을 뽑는 어른을 찍은 것이 아닌데, 그렇게 되어버렸다. 아.
'ㅇㅇ한 이누이트의 이글루'라는 이름을 임의로 붙여준다는 이유에서 이글루스 블로그 서비스를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전에 내가 동경의 대상으로 삼는 이가 이글루스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게 먼저겠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사진 정렬도 어렵고 모바일이건 어플이건 포스트 하나 올리는 것도 너무 어려워서 다른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앱스토어에서 여러 블로그 어플을 보다가 티스토리앱이야말로 최고라고 생각했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아뿔싸, 초대장을 받아야 한단다. 맥이 풀렸다. (당시에는 앱을 깔고 시작하면 된다는 것을 몰랐다.) 그러다 지인 모 분께서 티스토리 블로그를 개설하여 꾸준히 포스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만나서 저녁을 먹다가 티..
못(Mot)의 '지난 일요일을 위한 발라드'를 듣고 있었거나 또는 듣는 중이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블로그에 익숙하지 않으니 제목을 붙이는 것부터 일이고 '무제'로 두기는 싫고 "00시 00분에 저장된 글입니다." 같은 것도 좋지는 않아서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게 노래 제목이고 지난 일요일이 아니라 오늘, 이번 주 일요일이기 때문이라서 그렇다. 주어와 술어가 두 번 이상 나오는 문장을 지양하려 하지만 또 이런 꼴이 된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참 힘들다. 늦잠을 잤다. 남들이 보기엔 점심일 것이 분명한, 아침을 먹었다. 이를테면 "좋은 아침이야, 점심을 먹자"(by 가을방학)의 상황이다. 자고 일어나서 처음 먹는 게 아침이기 때문에 나는 거리낄 게 없지만 나 말고..
피콜로라떼다. 오랜만에 왔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들르고 롱블랙을 주문해서 마시고, "오다가다 들르겠거니" 해 놓고 한 번을 더 왔다. 그 때는 플랫화이트를 차게 마셨고, 물론 맛있었다. 지난 5월에 이태원에서 갔던 챔프커피에서는 젓지 말고 마시라 했던 것 같았는데 여기서는 저어 마시라고 했다. 스푼을 같이 주셔서 크레마를 떠 먹고는 저어 마셨다. 우유 냄새가 싫어서 우유 안 좋아하는데 커피와 섞일 때의 향이 고소해서 좋았다.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메뉴판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모카라떼'를 주문할 생각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피콜로 라떼'에는 코코아 파우더로 한 층을 이루는, 모카라떼로 추정되는 아이스 음료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품이 풍성했다. 또 언젠가 마..
한 박스 생긴 것을, 지난 주말에 알았다. 어디서 얻었다고 했나 아닌가 샀다고 했나 어떤 연유로 이게 우리집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여하간에 탄산수가 한 박스 씩이나 생겼다. 언제는 돈 아깝게 물을, 유해한 탄산가스가 입혀진 물을 돈 주고 사 먹냐. 돈이 그렇게 많느냐 따위로 을러댔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저 제가 즐기면 취향이고 남이 하면 낭비고 사치고 그런 것이지 싶다. 네 자로 축약한다면 '내로남불'이라고 이미 말도 생겼잖은가, 사자성어 축에 끼어도 될 법한 조어라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트레비 삼백오십오 미리는 처음 본다. 씨그램과 트레비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돈이 넉넉할 때는 씨그램을 사 먹고 조금 아쉬울 때는 트레비를 사 먹곤 했다. 트레비는 오백 미리 병에 ..
며칠 전에 채용사기를 칠 뻔 했다. 왜 그걸 '채용사기'로 명명하느냐 하면, 누가 그랬기 때문이다. 채용사기라는 게 별 것 없다고. 채용대상에 부합하는 척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그래놓고 아 사실은 해당 업무에 대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도 채용사기를 범한 것이라 했다. 그래, 그래서 나는 채용사기를 일으킬 뻔한 것이 되었다. 비가 심하게 왔다. 아침에 필라테스 강습은 다녀왔지만 다른 것을 할 겨를은 없어 집에만 있었다. 그러다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내게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며 구슬 실측도 가능한지에 대해 물어왔다. 아, 학부생 때 유물실측을 한 이력을 보고 연락을 준 것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했다. 내가 가진 것은 알량한 문학사 ..
퇴사한 지 세 달이 훌쩍 흘렀다. 그리고 백수로서 4개월 차를 살게 되겠다. 취업을 위한 준비를 하면 취준생, 아무것도 안 하면 백수라고 했다. 그러니 나는 백수다. 인정을 하고 나니 한결 편해지냐면 그렇지만도 않다. 내가 나를 '백수'라고 규정하고 났더니 그럼 그 전의 나는 뭐였나 싶은 생각도 드는 등 이래저래 심란하다. 퇴사 전의 내게 뭔가 고유의 아이덴티티라도 있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거든. 알다가도 모르겠다. 알모경은 귀엽기라도 하지, 나는 그저 한심하고 또 한심하다. 월초다. 9월 중순부터 쓴 교통비는 다음 주 월요일에나 출금되겠다. 교통비 출금 전에는 이렇다할 소비를 못 할 것 같다. 퇴직금..
직장인 같은 카페라고 생각했다. 하긴, 바리스타에게는 카페가 직장이고 바리스타도 직장인이긴 하다만. 직장인 같은 카페가 아니고, 공지된 카페의 영업 시간은 호주에 있는 여타 카페의 영업 시간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호주식 커피를 팔기만 하는 게 아니라 영업도 호주식으로 한다니, 신선했다.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개념이되 다른, 롱 블랙을 홀짝 비워냈다. 오래 머물기는 '조금 그런' 느낌이지만 도서관 가기 전에 종종 들르겠거니 싶다.
이라고 썼지만 점심이라기에는 좀 민망한 시간이다. 확실히 규칙적으로 살지 않으니까 이렇게 되는구나 한다. 플레이팅을 예쁘게 하고 싶었으나 오늘도 나는, 펼쳐두고 사진 하나를 찍고 후딱 먹어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