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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덜더덜/document.

꽃 선물

heyZzin 2015. 6. 1. 23:41

봄이라 그런지 여인네들의 트위터며 인스타며 애인에게 받은 꽃(을 찍은) 사진이 한창이더라. '인위적'으로 꽃을 엮어둔 것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도 못하는 주제에 그것들을 보면서 곰곰. 그리고.

 

 

SAMSUNG KENOX Z145 _ Lomography Color Negative 400 

 

 

꽃이랍시고 둔 것은 작년에 사진 좀 찍어보겠다고 샀던 조화 다발이다. 다이소에서 천 원 주고 샀는데 그 가격 치고는 제법 풍성하기도 하고 예쁘게 생긴 편이기도 하다.

 

결국은 또 그거다. 내가 나에게 하는 선물. 이번 경우에는 꽃을 선물한다기 보다는 꽃을 선물받는 기분을 선물하는 느낌이랄까.

 

이제 와서 주절거리기는 새삼스럽지만 나는 내게 선물을 참 잘 한다. 어차피 내가 나에게 주는 것이지만 필요해서 구입할 수 밖에 없는 것을 의미하는 말은 아니다. 누가 보아도 선물일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 그것을 내가 나에게 줌으로써 선물하는 기쁨과 받는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다. 이리 쓰고 보니 좀, 그래 좀 짠하기도 하다. 짠하라고 쓰는 글은 아닌데 타이핑하다 보니까 어쩐지 좀 그렇다. 사실, 그래 그렇다. 말이 그런 것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나에게 주는 것이 타인으로부터 꼭 받고 싶은 것이냐면 그것은 또 아닌 것 같고 말이다. 모르겠다.

 

일요일 오후였다. 다섯 시가 될까말까 한 시간에 여직원 휴게실에서 찍었다. 이리 찍을 생각으로 조화 다발과 카메라를 챙겨 오긴 왔으나 휴게실에 사람이 비는 시간이 없어서 발을 동동, 그러고만 있다가 근무 교대 시간에 짬을 내어서 찍었다.

 

한동안 초점을 못 잡아서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다가 갑자기 플래시가 팡! 터지면서 찍혔다. 그리고 커튼을 젖히고 알바생이 들어왔다. 사진 찍는 것을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5월 31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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