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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덜더덜/from_mine

안약

heyZzin 2015. 5. 18. 23:01

안과에 다녀왔다. 마실 나가는 기분으로 갔지만 평소와 같이 이번에도 이유가 있는 마실이었다.

어디가 불편하느냐는 의사 선생님의 물음[각주:1]에 이번에 안과를 찾은 이유도 약을 처방받기 위해서라고 했다. 선생님은 지난 번에 다녀갔던 때의 기록을 언급하셨다. 눈물길을 막아보자는 말을 했다고 여기 되어 있는데 그걸 하면 안약이 눈에 좀더 오래 머물 수 있어요.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은데. 하셨다. 지난 번이 제안이었다면 이번에는 권유. 그리고 지난 달에 바꿔본 약과 원래 쓰던 약이 어떻게 달랐는지 물어보셨다. 지난 달에 쓴 약은 양이 두 배 가량 많아서 계속계속 넣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약을 넣고 또 그 다음 번에 넣을 때의 간격이 너무 짧았다고 말씀드렸다. 약을 넣는 빈도가 너무 잦다고도.

나랑 다르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내가 원래 쓰던 그 약보다 다르게 처방받은 그 약이 더 촉촉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그리고 약이 어떻게 받는지, 그리고 촉촉함의 정도는 주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거라고도. 그리고는 조금 생각하시더니 내 눈을 들여다 보셨고 또 잠깐 생각하시더니 대안을 찾아주셨다. 내가 좋아하는 그, 원래 쓰던 약의 회사에서 나온 약인데 일회용이고 또 100회분이라서 괜찮을 거라고도 하셨다. 처방전을 받고 나서도 이번엔 다른 약이겠거니 했다가 약을 받고는 어, 이거, 좋겠네, 설레었다. 아 사실 처방전을 받기 전, 대안을 들었을 때부터 설레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약국에서 계산하고 나오면서 안과에 두고 온 우산을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도 않는다. 어쪄면 이제 십 년이 지나 십일 년 째 이러고 있는지도, 가 아니고 그러고보니 11년 째 이러고 있다. 그 전에는 6개월에 1번도 안 갔던 안과를 매월 꾸준히 다니고 했던 게 지금으로부터 십 년이나 전부터라니. 까마득하다. 으아. 12살엔가 원래 다니던 안과로부터 렌즈를 끼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물론 엄마는 어린 애한테 렌즈는 무슨 렌즈냐며 절대 안 된다고 하면서 안과를 바꿨다. 몇 개의 안과를 바꿔 다니다가 또 결국 거기로 돌아갔다. 13살이 되고 나서도 렌즈를 권했다. 의사가 권하는 말을 왜 믿지 못하냐며 답답해하기도 했다. 그리고 안과를 또 바꿨다.

큰 종합병원의 안과에 다니게 되었다. 14살에 녹내장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나는 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녹내장이 뭔지는 알지만 내가 그것의 극단적인 결말을 맞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뭐,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도 아니고, 같은 조금은 안일한 생각 말이다. 다만 나는 그랬다는 거고 엄마는 아니었다. 잘못될 경우 실명할 수도 있다는 말에 눈이 조금 커졌던 것 같다. 그리고 울 것 같이 되었던 것 같다. 그 자리에서 나 녹내장이 뭔지 안다고 주절대면 안될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지만 나는 정말로 하나도, 1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의사는 의사의 진단을 말했고 나는 아 그렇구나 했을 뿐이었다. 엄마만 조금 감정적이게 되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 때의 나는 와, 존나 덤덤했구나 싶다.

 

안약 얘기를 한다는 게 조금 멀리 왔다. 안약을 달고 살게 된 것은 순전히 렌즈,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에 몇년 동안 꼈던 렌즈 때문이라는 말을 해야할 것 같아서 렌즈를 끼게 된 경위를 쓰려 했는데 좀더 세세한 이야기를 주절대게 되었다. 잘 때만 끼고 일상 생활 중에는 맨눈이이서 아, 몰라 여튼. 쓸데없이 끼적였지만 그 길이가 길어서인지 지우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두도록 한다. 여하튼 렌즈를 끼게 되었고 열네 살에게는 천문학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금액이고 열네 살의 부모가 열네 살에게 쓰기에는 많이 과한 백만 원을 렌즈 값으로 지불하게 되었다.[각주:2] 현금 계산해서 구십 얼마였나 팔십 얼마였나 했던 것도 같지만 어쨌든 간에.

 

 

근데 모르겠다. 이번에 처방받은 약이 보다 더 특별한지는. 내가 이쪽을 좀더 선호하는 것은 맞는데 사실 이것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경험에 대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학원 수학 쌤이 그 약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서 반색했더니 이거 진짜 좋지 않느냐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기 때문일 테다. 그러므로 어쩌면 나와 반대로 말했다던 그 환자분의 경험담이 더 객관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험담이 객관적'일 수가 있긴 할까 싶지만, 역시 어쨌거나 말이다.

 

 

 

 

  1. 원래는 '다소 의례적인'이라는 말을 앞에 붙이려고 했다. '이렇게 써야지' 해서 나온 게 아니라 그냥 손가락 가는 대로 이렇게 써졌다. 그러다 의례적이지 않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깨닫고는 아, 싶어서 지웠다. 그러면서도 각주로 달고있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다소 의례적인 물음'이라는 표현이 마음에라도 드는지 이러고 있다.ㅋㅋ [본문으로]
  2. 렌즈를 끼기 시작하고 안경을 벗게 되었던 첫 날, 니 그거 끼는 렌즈 가격이 얼마나 되냐는 애들의 말에 칠십이라고 대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백만 원은 너무 많은 금액이니까. 근데 칠십도 꽤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쉬는시간에 나를 찾아온 애들이 원래 드림렌즈 백만 원인데 니 그거 싸구려 끼는 거라며 비웃고 갔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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