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珍的目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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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덜더덜/from_mine

이따금씩

heyZzin 2015. 5. 30. 23:29

어른이 되었음을 자각한다. 일을 시작하고 난 다음은 이래서 좋다. 물론 나는 그런 내 자신에게 감격하고 만족하며 또 대견해한다. 그러고 나서 내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는 사냥감을 물색한다. 그리고 사냥감은 또 사냥감을 찾고. 그렇게 살고 있다.

요즘 들어 많은 일이 생기고 있느냐면 그런 것은 아니다. 아니 그런 것이 맞을까, 맞을 수도 있겠다. 한 달 전에 상사가 바뀌면서 모든 게 바뀌었고 그러면서 충돌이 잦아졌다. 그리고 신입 직원들과 친해졌는데 친해지는 것은 좋은 것이다. 다만 오래 볼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본성을 쉽게 드러낼 수 없어서 답답해 죽을 것 같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문제라면 문제가 아니고 그냥 대놓고 문제지만 이리 쓰고 싶은 것은 내가 약간 소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소개서에도 면접에서도 나는 내가 약간 소심한 편임을 어필했지만 직원들, 특히 신입 직원들이 그것을 알 리 만무하다. 엊그젠가 혈액형 얘기가 나왔을 때 삐-형이라고 그랬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오래 볼 사람이라 편견을 가지고 싶지 않았는데 니가 비형이라 다행이라는 말도 들었다. 딱히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답답함을 느끼기는 했다.

도촬. 친한 사이에서 엽사 찍고 하는 것. 그래 뭐 좋다. 다만 나는 그에 대해 좋지 못한 기억이 있어서 좋은 사진이 아니면 지워버리는 편이다. 휴게실에서 사진을 두엇 찍혔다. 지워달라 말했지만 우리끼리 뭐 보고 말 건데 뭐 어떻느냐는 말만 들었다. 엽사를 찍으려고 포즈를 취해 찍은 거랑 그저 몰래 찍혔을 뿐인 거랑 어디가 똑같은지 모르겠다.
불쾌감만 한가득. "그럴 거면 페이를 쳐 주시든가요, 씨발."이 목 언저리에서 동동.

상사 이야기로 돌아가면, 새 상사는 눈이 엄청 좋은 것 같다. 세상이 나노 단위로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먼지를 어떻게 그렇게 세심하게 닦아내는지 정말 대단하다. 다만 자기가 그런 것을 휘하 모든 직원들에게 강요한다는 게 문제다. 살려줘.

매주 수요일은 사무실과 전시실 청소를 한다. 전시실 청소 때마다 먼지를 털어내는 데가 있는데 이제는 청소하는 날에만 하는 게 아니고 매일매일 먼지를 털어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았고 그것은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걸렸다. 어제도 오늘도 상사 본인이 먼지를 털어냈다고 했다. 내가 잘못한 문제라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할 말을 마친 상사는 또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또, 그것을 보던 상사와 동료의 중간 계급자가 내게 따져물었다. 저 사람 앞에서는 끽 소리도 못하면서 나한테는 왜 그랬냐고.

시발.

친하다고 생각해서 장난스레 나온 말이었다. 그렇게 정색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럴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자기가 나한테 뭐라고 했을 때 내가 "에, 언니만 알잖아요.(그러니 좀 넘어가 달라)" 했긴 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나만 알고 있는데 지금은 근무시간 아니냐고 말했다. 그녀의 주장으로는 내가 그때 "치사하게."라고 덧말을 붙였다는데 나는 왜 기억에 없는 건지 모르겠다. 여하튼 그녀는 그것 때문에 기분이 상했고 어영부영 넘어가고 나서고 뇌리에 박아두었던 것이었다.

중간 계급자가 내게 물었다. 왜 나한테는 따지고 들었으면서 그 사람, 상급자에게는 가만히 있었냐고 물어오는데 도저히 할 말이 없었다. 중간 계급자와는 어느 정도 친근한 사이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그리 말할 수가 없어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중간 계급자는 다른 할 일이 있다고 자리를 떴다.

완벽한 것은 좋은 것이다. 어떠한 구역에서 일을 할 때 ㄱ을 맡은 팀과 ㄴ을 맡은 팀이 있는데 ㄱ을 맡은 팀이 ㄴ까지 해낸다면 존나 금상첨화일 것이다. 금상첨화는 금상첨화에서 끝나면 좋을텐데 그것이 어느새 의무가 되어버린 것이다. 의무가 되었으니 이행해야 하고 나는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일러 줄 과제가 생겼는데 다른 이들은 사실을 거부하고만 있다는 게 문제였다. 가르쳐 주겠다고 해도 왜 우리가 그걸 해야 하느냐며 거부했다. 그리고 ㄴ을 맡은 팀이 ㄴ을 착실하게 눈치껏 해 주고 있어서 아, 괜찮으려나 싶었다. 그리고 일은 오늘 아침에 터졌다. 상사는 내 말이 우습느냐니, 시말서를 쓰고 싶느냐니 하는 말까지 나왔다. 너, 직장의 최고존엄에게 찍혔다고도 했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 새삼스럽지도 않았지만 여하튼 좀 심각하게 혼났다. 그리고 존나 억울했지만 아무 말 없이 수긍했다. 말대꾸는 최악이니까.

아침부터 3탄 어택이라니, 망했다 싶었다. 날이 아닌건가 싶었다.

종례 시간이 무서웠다. 상사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고 거기에 중간 계급자가 말을 더하면 나는 아마도 진짜로 시말서를 쓰게 되거나 권고사직이라는 제안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에까지 이르렀다.

고르고 골랐다. 사냥감1은 알바생이었고 사냥감2는 같이 다니는 직원 언니였다. 중간 계급자가 잠깐 불렀다. 그녀는 "니, 애들한테 내 얘기 하고 다녔다며?"로 말을 시작했다. 내가 이야기를 하고 다녔음을 탓하려는 말이 아님을 알았음에도 내 머리는 누가 말을 전했을는지에 대한 것으로 돌아갔다. 머리가 돌아가는 것과는 별개로 당시 상황이 그녀에게는 어땠는지를 듣고 또 내가 어땠는지 말했다. 그리고 좋게좋게 풀어갔(던 것 같)다. 그 건은 죄송했다 말하려다 미안하다고만 했다.

근무지에서 사냥감2에게 물었다. 혹시 내가 한 얘기, 그 사람한테 했느냐 했더니 안 했다고 했다. 그러면 정답은 사냥감1이다. 사냥감에 적합하다 믿은 것은 왜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알바생이라 그랬나, 그랬다. 왜 말을 전했는지 따져 물으려다 귀찮아서 말았다.

중간 계급자를 중간 계급자로만 대하게 될 것 같은 것은 내가 마음이 좁아서 그런 것이다. 다시 언니언니 하면서 친근하게 대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내가 어른인 것 같음을 느낄 때가 있다. 다만 그것은 그 순간 뿐이라는 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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