珍的目光
오랜만에 본문
레이디 그레이를 마셨다. 내 기억은, 직장인의 생활이라 말하기도 민망한 지난 닷새에 마셨던 것에 머물러 있지만 그 후에도 한두 번은 더 우려 마셨을 것이다. 그 때가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역시, 누군가에게 티백을 건네었기 때문이겠다.
컵에 뜨거운 물을 먼저 받고, 티백을 담근 다음에 내가 원하는 수색이 보이면 티백을 건져 다른 그릇으로 옮겼다. 그걸 화장대 위에 올려뒀는데 화장대가 하얘서, 티꽁이 정갈하게 예뻐 보였다. 그리고 문득, '정도를 아는 삶' 따위의 생각을 했다. 사실 지금 나는 '정도'가 정해지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만 말이다. 지난 직장이 내게, 티백 우리는 만큼의 시간을 안 준 것도 아닌데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티백 속의 찻잎이 불어터지건 말건 계속 담가두는 때는 지났다는 생각에, 다시금 안도했다. 백수 주제에.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