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珍的目光

집에 트레비가 본문

더덜더덜/FRAME

집에 트레비가

heyZzin 2016. 10. 12. 23:32

한 박스 생긴 것을, 지난 주말에 알았다. 어디서 얻었다고 했나 아닌가 샀다고 했나 어떤 연유로 이게 우리집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여하간에 탄산수가 한 박스 씩이나 생겼다.


언제는 돈 아깝게 물을, 유해한 탄산가스가 입혀진 물을 돈 주고 사 먹냐. 돈이 그렇게 많느냐 따위로 ​을러댔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저 제가 즐기면 취향이고 남이 하면 낭비고 사치고 그런 것이지 싶다. 네 자로 축약한다면 '내로남불'이라고 이미 말도 생겼잖은가, 사자성어 축에 끼어도 될 법한 조어라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트레비 삼백오십오 미리는 처음 본다. 씨그램과 트레비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돈이 넉넉할 때는 씨그램을 사 먹고 조금 아쉬울 때는 트레비를 사 먹곤 했다. 트레비는 오백 미리 병에 담겨져 있었고 씨그램에 비해 안정적으로 뚜껑을 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탄산이 아무리 세면 뭐 하나, 넘쳐서 새 버리면 손 버리고 아깝고 아쉽고 그 뿐이니 말이다.

탄산수를 사 먹지 않은 지 꽤 되었다.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왜인지 모르게 매대에 놓인 탄산수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게 되었다. 나 대신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탄산수를 즐기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저 '내로남불' 밖에는 생각나는 말이 없다. 혼자 툴툴대다가 한 병을 집어 냉장고에 넣었다. 누가 먹든 먹겠거니 하는 마음과 그 누가 내가 되길 바라는 마음 중 하나는 오롯이 지켜지길.










​+ 나중에 PC로 들어와서 각주를 하나 달까 했는데 귀찮으니 그냥 쓴다. 인스타에 글을 쓸 때는 '을렀으면서'라고 썼는데 검색해보니 '을러대다'가 원형이었다. '을르다'라는 말은 없나 했더니 '으르다2'의 강원도 방언이라고 했다. 그래서 '으르다2'는 뭔가 했더니 어찌 되었든 내가 쓰고 싶은 말과는 대충 맞는 듯했다. 유의어로 '을러대다'와 '을러메다'가 있었다.

말을 잘못 고른 것 같다. 왜 그런 걸 사 먹느냐는 언사에 저런 위협은 없었다. 한껏 빈정대던 게 꼴보기 싫었지만.

++
인스타 줄 맞추기 너무 어렵다. 탄산이 유해하니 어쩌니 했던 것이 종편이라는 말을, 한 줄 띄우고 하고 싶었는데 오늘은 실패했다.

'더덜더덜 > FRA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번 일요일을 위한 발라드  (0) 2016.10.30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0) 2016.10.26
10월이다.  (0) 2016.10.03
피콜로 라떼  (0) 2016.09.22
늦은 점심  (0) 2016.09.10
Comments